지난해 빠르게 미분양을 해소하며 ‘미분양의 늪’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던 용인의 아파트 시장이

다시 게걸음입니다. 전문가들은 용인의 미분양이

복합적ㆍ구조적인 문제로 얽혀 있는 만큼 단기간에

해결되긴 어려울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5월 19일 국토교통부 미분양주택현황을 보면 2015년 11월

8000가구를 넘었던 용인의 미분양 가구는 지난 3월 현재

4000가구로 줄었습니다. 용인의 미분양 주택은 200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늘기 시작해 2010년 들어 4000~5000가구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4년 말과 2015년 초 일명

‘경부라인’과 ‘삼성벨트’ 호재를 타고 잠시 4000가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2015년 2만 가구가 넘게 새로 분양에

나서면서 미분양은 다시 늘었습니다. 최근까지 이어진 미분양

감소는 급증한 분양 물량이 주인을 찾아가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4000가구는 용인 미분양의 상수인

셈입니다.

이는 ‘준공 후 미분양’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집은 용인에만 859가구가

있습니다. 전국(9124가구)의 9.4%에 달합니다. 특히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대형이 758가구로 대부분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2008년을 전후로 쏟아진 물량으로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가까이 방치되는 것입니다. 용인이 ‘대형의

무덤’으로 일컬어지는 이유입니다.

박원갑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위원은 “시장이

중소형 위주로 재편된 상황에서 대형물량이 위주라 시세

형성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공급이 난립하고 있는 것도 미분양 적체의 원인입니다.

이는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김포와 비교됩니다.

김포의 미분양은 2015년 말 3000가구에 육박했지만 빠르게

소진되며 현재 미분양 물량이 없습니다. 이는 한강신도시 등

단기 공급에 따른 미분양이 교통여건 개선 등 개발호재

가시화로 기존에 형성된 가격을 수요자들이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반면 용인은 공급이 불규칙하게 이어져왔습니다.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은 “용인은 수도권

서남부라 분양가가 높게 형성됐고 교통ㆍ개발 등의

호재가 용인 내에서도 지역적으로 한정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용인은 기흥과 수지가

다르고 처인구 역시 전혀 다른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당장 해결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입니다.

아파트를 지어 놓은 건설사들도 팔짱만 끼고 있을

뿐입니다. 아파트 브랜드 가치 하락, 기존 입주민과 마찰

등을 이유로 할인분양에 나서는 건 쉽지 않다는 게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용인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한

미분양관리지역이지만, 내년까지 2만3000가구

가량이 더 분양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