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확산하던 3%대 성장 기대에 제동이 걸리는

모습입니다. 수출에 직결된 국제 유가 하락 폭이 심상치

않은 데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통화 확장에서 긴축

모드로 방향을 바꾸면서 간신히 달아오른 국내 경제

회복세가 잦아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앞다퉈 성장률 올려 잡았지만…

상반기엔 장밋빛 전망이 줄을 이었습니다. 세계 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와 건설업 투자 등이 국내 경제 회복세를 이끈

덕분입니다.

1분기엔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1.1%(전 분기 대비)의 깜짝

성장을 이뤘습니다. 6분기 만에 1%대 성장률 회복이었습니다.

주요 기관과 금융회사도 앞다퉈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았습니다. 지난달 초 글로벌 투자은행(IB) 씨티은행이

2.6%에서 2.9%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지난달 말에는

산업연구원과 한국경제연구원이 각각 2.5%였던

전망치를 2.8%와 2.9%로 끌어올렸습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5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하다”며

“7월에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는 2.6%입니다. 2.7~2.8%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입니다. “이 추세라면

2014년 이후 3년 만에 3%대 성장이 가능하다”는 낙관론도

퍼졌습니다.

◆내수가 발목 잡아

최근 들어 경기 인식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실물 현장에서

들리기 시작한 경고음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를 나타내는 5월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0.9% 감소했습니다. 1월(-2.1%)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입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불어난

가계부채와 본격화된 미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고용시장의 한기 등이 소비를 가로막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생산도 쪼그라들었습니다. 5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해 4월(-1.0%)에 이어 두 달 연속 뒷걸음질쳤습니다.

5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인

71.4%였습니다.

대외 변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올 들어 15% 가까이 급락한

유가가 특히 그렇습니다. 올초만 해도 배럴당 50달러대였던

유가는 최근 40달러대 중반까지 내려왔습니다.

내년에는 30달러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유가가 떨어지면 제품 가격이 하락해 가계소비

여력은 커질 수 있지만 수출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큽니다.

이런 저간의 사정이 반영돼 2분기에는 성장률이 다시 0%대

중후반으로 내려앉았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기업 체감경기 부진

주춤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마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렇다 보니 고용과 투자를

책임지는 기업 심리도 위축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기업이 체감하는 경기 부진은 14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하반기엔

건설투자 부문에서 조정이 예상되고 상반기 수준의 수출

증가세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소득이 늘지 않아 가계

상황도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여기에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올리며

보유자산 축소 계획을 내놨고, 유럽중앙은행(ECB)도

통화 긴축의 칼을 빼 들 조짐입니다. 한국 등 신흥국에선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외국 자본 이탈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을

내놓으면 가계의 소비 여력이 더 줄어들 수 있어 소비를

회복시킬 대책을 조속하게 시행해 경기 불씨를 다시 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