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나 영화는 때마다 조금씩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얼마 전 본 영화 ‘여인의 향기’가 그랬습니다. 예전엔 탱고

장면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이번엔 죽음을 준비하는 주인공

알파치노의 고단함과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편안한 죽음이란 아프지 않고 잠자듯이 생을

마감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현실에선 완화 치료로

죽음의 고통을 덜고, 남은 가족들은 병원비로 힘들어하지

않는 정도를 편안한 죽음으로 여깁니다.

한동안 웰다잉(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돈 걱정 없이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병원이나 요양병원

등 집이 아닌 곳에서 타계하는 사람은 전체 사망자의

84.4%에 달합니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병실에

있으면서 의료비를 쓰게 된다는 소리입니다.

임종이 가까울수록 의료비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납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 분석한 결과 우리는 평생 쓰는

의료비의 절반 이상인 약 6300만원을 65세 이후에

지출합니다. 죽기 전에는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해 75세

이상 노인이 임종 전까지 10.5년에 걸쳐 지출하는

의료비가 생애 전체 의료비의 31.3%(약 3700만원)에

이릅니다. 중환자일수록 임종하기 전에 의료비가 더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말기 암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이 사망하기 한 달 전 지출한 의료비는

임종하기 전 2년 동안 쓴 의료비의 5~6배나 된다고

합니다.

노후 준비를 고민하고 있다면 노후의료비, 특히 임종의료비에

대한 준비를 빠뜨려서는 안 됩니다. 의료계에 종사하는

분들에게 가장 안타까운 일이 뭐냐고 물으면 ‘치료 후에

경과가 나쁜 것’보다 ‘여유가 없어 치료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것’을 볼 때라고 대답합니다. 의료비는 준비하지

않으면 그야말로 노후의 폭탄이 될 수 있습니다.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료비가 내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노후 준비를 할 때 의료비를 가장 우선에 둬야

합니다. 지금부터 적게라도 저금하거나 질병이

보장되는 건강보험 등에 가입해 두도록 합시다.

노후 준비의 완성은 내 삶의 끝이 편안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