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저금리 저물가 등 이른바 3저 여파로 주택시장에서
통용되던 거래와 가격, 매매와 전세 관련 법칙(룰)들이
줄줄이 깨지고 있습니다. 거래가 늘어도 가격 변동이 작고,
전셋값이 치솟아도 매매 가격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많은 서울 강남3구(강남,
서초,송파)가 아니라 실수요층이 두터운 서울 강북, 경기
용인 등이 최근의 집값 반등을 이끈 것도 과거에 볼 수
없던 트렌드입니다. 고령화와 1~2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
변화로 주택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이 같은 트렌드가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거래가 늘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거래량은
100만건을 소폭 웃돌았습니다. 주택경기가 좋았던
2006년(108만여건)에 이어 최대치입니다. 그럼에도 전국
집값 상승폭은 2.1%에 그쳤습니다. 2006년 집값
상승률(11.6%)의 4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달 주택 거래량도
작년 1월보다 34% 늘었지만 가격상승률은 0.13%로
작년(0.11%)과 비슷합니다. 이 같은 변화는 재건축 대상
아파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서울시 부동산
실거래가격 통계에 따르면 재건축을 진행 중인 개포동
주공1단지는 지난해 200여건이 거래됐습니다. 부동산 경기가
최고점을 찍었던 2006년(230여건)에 이어 최대치입니다.
활발한 거래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가격 변동은 2006년에
비해 크게 못 미칩니다. 개포동 주공1단지 전용 42㎡는
2006년 마지막 거래인 12월 4일 7억8천만원에 거래됐습니다.
같은 해 첫 거래(3월11일) 가격(5억9900만원)보다
30.21%(1억8100만원)나 높은 수준입니다. 반면 지난해에는
같은 평형이 6억5천만원(1월16일)에서
6억7500만원(12월15일)으로 3.84%(2500만원)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전세가율(전세가를 매매가로 나눈 비율)이 60%를
넘어서면 세입자들이 매매로 전환해 집값이 상승한다는
이른바 '전세가율 60% 법칙'은 이미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섰지만 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1년 60%를 넘어선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매년 2~3%포인트씩 상승해 작년
12월에는 사상 처음으로 70%를 뛰어넘었습니다.
광주(78.2%)와 대구(75.8%) 등 지방 광역시는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했습니다. 매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싼
서울에서도 성북구(73.4%) 서대문구(72.5%)
동대문구(70.6%) 등 강북권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섰습니다.
서울에서도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 9단지 래미안 전용 84㎡는
지난 2일 4억9천만원에 전세 계약서를 썼습니다. 같은 집이
한달 전인 1월3일 5억2천만원에 실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전세가율이 94%에 달합니다. 국민은행 수석연구원은 "작년
한 해 동안 서울 전셋값은 4.27% 올랐지만 매매 가격은 0.8%
상승했다"며 "향후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한
세입자들은 내집 마련 대신 전세금을 더 올려주거나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갈아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수요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재편되면서 부동산시장
동향의 바로미터(척도)로 꼽혀온 서울 강남3구의
영향력도 예전만 못합니다. 강남3구 아파트값이 오르면
서울 강북과 수도권이 뒤따라 상승하고, 강남 집값이
내리면 강북은 더 크게 떨어지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값이 반등을 시작한 2013년 8월 이후
경기 용인 수지구 아파트 가격은 7.13% 올랐지만 강남구는
2.63% 상승에 그쳤습니다. 또 지난달 강남3구 아파트
거래량은 1270건으로 작년 1월(1339건)보다 5.4%
줄었습니다. 고가 주택이 가장 많은 강남구(-11%)와
서초구(-4%)의 감소폭이 컸습니다. 반면 실제 거주를 원하는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강북권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지난달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해 1월(737건)과 비교해 38.1%
늘어난 1018건에 달했습니다.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최근
거래는 전셋값 상승에 지친 세입자들의 매매 전환 수요가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