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이 빗나갔어요. 가격이 오르긴 했는데 매수세가 제대로 따라붙지 않아 시장이 조용합니다."

(개포동 A공인 관계자)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습니다. 재건축 연한 단축 등 부동산 규제 완화 효과로

재건축 매력이 커지면서 단기간 호가가 오른 영향도 있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매수세가 약하고

거래도 감소했습니다. 한 달 만에 정책 약발이 떨어진 것 아니냐고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9월말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개포주공 저층 단지는 9월 중순부터 거래가 눈에 띄게 한산해졌습니다.

개포시영과 1~4단지 통틀어 지난 8월과 지난달 초까지 한 주에 10건 이상 거래됐지만 9월 넷째주엔

6~7건 정도로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고 인근 중개업소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파트값도 9월 초

보다 일제히 1~2천만원가량 떨어졌습니다.

9.1 대책에 따른 최대 수혜 단지로 꼽혔던 목동신시가지 일대도 지난달보다 호가가 5천만원 넘게 오르자

불붙던 매수세가 사그라졌습니다. 목동 신시가지 14단지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지난 9월 투자 부담이

작은 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많이 됐지만 관련 법안이 국회 문턱을 못 넘은 데다 가계 부채 등 불안

요소가 많다 보니 생각만큼 매수가 힘 있게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기존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구로구 신도림동 S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빠지면서 가격이 좀 올라서인지 가을 이사철

인데도 매매가 8월에 비해 뜸하다"며 "기존 아파트보다 청약을 통한 새 아파트 구입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전셋값이 매매값의 70%까지 올랐는데도 매매보다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이 많아요. 이러다보니

매매 물건은 넘치고 전세 물량은 품귀 상태여서, 나오는대로 계약이 이뤄집니다."

(서울 아현동 한 공인중개사)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값 대비 전셋값 비율(전세가율)이 사상 최고치로

높아졌지만 전세난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9월 전국

주택가격 통계'에선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64.6%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98년 12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자치구 가운데는 서대문구(71.0%)와 성북구(71.8%)의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섰습니다.

아파트 전세가율이 이처럼 높아진 것은 전세난에 따른 전셋값 상승폭이 매매값 오름폭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9월 현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3억1,115만원으로 올해 2월 3억원대를 돌파한 뒤

신고가를 다달이 갱신하고 있습니다. 반면 평균 매매값은 지난해 3월 5억209만원에서 4월 4억8,913만원

으로 주저얹은 뒤 올해 들어 소폭 올랐지만 9월 현재까지 여전히 4억원대(4억8,892만원)에 머물고 있습

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높은 전세가율에도 여전히 전세 수요자들이 많은 것은 매매보다 전세의

거주 비용이 저렴한데다 앞으로 매매값이 상승할 가능성은 적다고 보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으로 분석합니다.

전셋값이 매매값의 70%라면 전세 거주자가 집값의 30%만 대출받을 경우 해당 주택을 매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 취득세와 재산세, 대출 이자 등의 추가 부담이 발생해, 집값이 상당폭 오르지

않는다면 전세로 거주할 때보다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4.1 부동산 대책 이후 9.1 대책에 이르기까지 7번의 부동산시장 대책에서 일관되게 전세의

매매 전환을 독려해왔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런 주택시장 부양책은 강남3구 등 일부 지역의 집값 상승과

함께 준강남권으로 불리는 위례신도시 청약 과열 현상을 불러왔을 뿐 전월세시장 안정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의 9.1 대책만해도 특정지역 집값을 끌어올렸을 뿐 전체 매매시장 활성화와는 거리가

멀다는게 부동산업계의 진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