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사에서는 돈 들어오는 펀드는 배당주 펀드밖에 없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배당주 펀드가 인기가 많습니다. 한때 80조원을 넘보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설정액은
50조원대로 떨어진지 오래된 상태이고, 해외펀드는 최근 5년 내내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당주 펀드에는 돈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연초 이후 2조원이 넘게
몰리고 있는 것이죠. 일차적인 원인은 '최경환 효과'입니다. 저금리로 투자자들이
수익률 0.1%에도 민감해지면서 배당 수익률을 깔고 가는 고배당주의 매력이 커졌습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내수부양을 위해 배당확대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계기가 되었습니다.
본 글은 국내의 배당주 펀드 중 대표주자 3인방을 분석해봄으로써 선택에 참고로 삼을
수 있었으면 하는 의도로 작성해 보았습니다.
신영 밸류고배당, 베어링 고배당, 한국밸류 10년배당 펀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신영 밸류고배당은 배당주 펀드 중 덩치가 가장 크고, 베어링 고배당은 2002년 설정된
국내 최초의 배당주 펀드입니다. 한국밸류 10년배당은 지난해 12월 설정된 신생 펀드지만
경쟁사와 다른 전략으로 올해 배당주 펀드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음식점에
비유하자면 신영 밸류고배당은 사람이 몰려드는 광화문 인기 맛집, 베어링 고배당은
인사동 골목의 원조집, 한국밸류는 퓨전요리로 뜨고 있는 경리단길 맛집 정도 될 것
같습니다.
세 펀드 모두 운용의 뼈대를 같습니다. 고배당주 중에서 앞으로 꾸준히 배당을 할 수
있는 기업이나 지금은 배당금이 적더라도 맬에 배당이 늘어날 수 있는 종목을 찾습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배당수익과 시세차익을 함께 노립니다. 그러나 종목을 고르는 기준과
방식은 펀드마다 다릅니다.
신영 밸류고배당은 우선주를 많이 담습니다. 최근 포트폴리오를 보면 우선주 비중이
17.6%로 세 펀드 중 가장 높습니다. 의결권이 없는 대신 배당을 더 많이 받는 우선주는
사실 펀드 매니저가 꺼리는 주식입니다. 보통주에 비해 저평가를 받는 데다 거래량이
적어 팔아야 할 때 못 파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영은 이런
단점을 역발상으로 장점으로 바꿨습니다. 저평가된 우선주를 사서 오를 때까지 장기
보유하는 방식입니다. 유동성 문제는 주가가 오르면 거래량이 늘면서 자연스레 해결
됩니다. 운용을 맡고 있는 펀드매니저는 "작년에는 우선주 비중이 커서 20%를 넘기도
했는데 올해는 우선주가 강세를 보여 차익실현을 하고 있다. 하지만 실적개선 등으로
상승여력이 있고 여전히 가격매력이 있는 우선주는 계속 보유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아모레퍼시픽 우선주가 대표적입니다.
베어링 고배당 펀드는 베어링자산운용의 전신인 세이에셋코리아자산운용이 2002년
출시한 국내 최장수 배당주 펀드입니다. 이 펀드는 우선 시장 평균보다 배당수익률이
50% 이상 높은 종목을 찾습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이 1.1%
니까 대략 1.7%는 돼야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배당을 많이 줘도
이익이 안정적이지 않은 기업을 버립니다. 이유가 뭘까요? 운용은 맡고 있는 펀드매니저는
"배당주 펀드가 배당으로만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설명합니다. 배당으로
연 2~3% 수익을 내봤자 실적이 나빠 주가가 떨어지면 결국엔 손해를 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꾸준히 이익을 내고 주가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선주는
대형주 위주로 담습니다.
한국밸류 10년투자배당 펀드는 지난해 12월 출시된 신생 펀드입니다. 그런데도 전체
배당주 펀드 중 올해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비결은 남과 다른 운용전략입니다.
우선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거의 담지 않습니다. 포트폴리오서 두 종목의
비중이 3.3%에 불과합니다. 베어링은 10.78%, 신영은 17.77%입니다. 우선주 비중도 10%를
넘지 않습니다. 대신 중소형주 비중이 큽니다. 펀드매니저는 "현재 배당성향이 조금
낮더라도 재무구조가 안정적이고 배당정책이 확실한 기업을 담는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기업은 이익이 늘면 배당도 비례해서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자사주 매입이나
무상증자까지 하는 기업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신생펀드다 보니 유명한 가치주
펀드인 한국밸류 10년투자 펀드와 비슷한 상품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습니다. 그러나 두
펀드는 포트폴리오의 70% 이상이 서로 다른 종목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배당주 펀드라고 고배당주만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영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고배당주를 50~70% 정도 채우고 나머지는 중소형 가치주와 대형우량주를 골고루 담는다."
고 설명합니다. 대형우량주를 담는 건 시장수익률과 너무 동떨어져 움직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베어링은 NAVER, SK하이닉스처럼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 기업 주식도
담습니다. 실적이 좋기 때문입니다.
세 펀드가 모두 갖고 있는 종목도 많습니다. SK텔레콤이 대표적입니다. 베어링 펀드
매니저는 "꾸준히 배당을 주는 대형주가 거의 없어 SK텔레콤은 배당투자를 할 때 빠질
수 없는 종목"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궁금한 건 어떤 펀드를 들어야 하는지 이겠지요? ^^ 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모증권사 자산전략팀장은 "42개 배당주 펀드의 수익률을 분석해보면 포트폴
리오의 배당수익률이 높고, 투자철학이 확고한 펀드가 좋은 성과를 냈다."고 설명합니다.
세 펀드 중 배당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건 베어링과 한국밸류입니다. 신영과 베어링은
10년 넘게 일관된 운용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한국밸류자산운용 역시 장기수익률을
추구하는 문화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과거 수익률도 막상막하입니다. 신영과 베어링의
과거 5년간(2009~2013) 수익률을 비교해보면 2010년과 2012년에는 베어링이 나머지
해는 신영이 우세했습니다. 올해는 한국밸류가 1등입니다.
세 펀드의 펀드매니저는 모두 "배당주 투자는 실패하지 않는 전략이지만 눈높이는
좀 낮추라."고 조언합니다. 올해와 같은 높은 수익률을 계속 내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한국밸류 펀드매니저는 "우선주와 고배당주에 대한 재평가가 끝나고 나면 수익률 연
6~7% 정도를 목표로 잡는 게 무난하다." 고 말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에서는 고배당주
과열 논란도 나오고 있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CIO는 투자한말한 배당주는 한정돼 있는데
최근 갑자기 돈이 몰려 주가에 거품이 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얘기도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