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연 2.25%인 기준금리를
2%로 0.25%p 낮췄습니다. 역대 최저 수준입니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5%로 0.3%p 내렸습니다.
또한 내년 성장률 예측치도 4%에서 3.9%로 낮췄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석달 전에 봤던 것보다
경기 성장의 모멘텀(추동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이를 살
리려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습
니다.

연 2%의 기준금리는 5년 전 금융위기 때 썼던 '전시(戰時)
금리'입니다. 시장에선 벌써 한은의 세 번째 금리인하를 언급
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장률이나 투자심리 부진을 해결하기 위
해선 단기간에 화력을 집중해 전환점으르 만들 필요가 있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2% 아래의 '가보지 않은 길'은 보수적인
통화당국으로서도 부담스럽습니다. 여기에 주요 선진국과의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서 국내 채권 등에 들어와 있던 해외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모 증권사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이 미국식 양적완화를 시도한다면
국내에서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에 따르면 9월 예금은행의 평균 저축성 수신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한 달 전보다 0.08%p 하락한 2.28%로 집계
됐습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96년 이래
최저치입니다. 은행 예금금리는 지난 4월(2.6%)부터 매월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정기예금의 금리대별 가입액
비중은 2%대가 92.9%를 차지했고, 2%미만은 6.9%, 3%대는
0.2%에 불과했습니다.

또 내려간 금리 상황은 서민들의 목돈마련 꿈을 더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금융소비자들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현재
전국은행연합회에 공시된 1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는 연 2.1%~
3.0% 수준입니다. 사회 초년생들은 결혼자금 마련 등 목돈
마련에 어려움을 토로합니다. 한 20대 직장인은 "이자를 기대
하기보단 안 쓰고 모은다는 생각으로 적금을 들고 있다"며
"매번 금리가 떨어지기만 해 만기가 돌아와도 맡길 곳을 찾느라
걱정이 앞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축으로 노후 준비를
했던 이자생활자들의 고민도 깊습니다.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연 1.77%~2.7%수준입니다. 물가상승률과 이자소득세
(15.4%)를 떼고 나면 남는게 거의 없습니다.

최근의 금리는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수 있어 저축하면
되레 손해를 본다는 소리가 나올 판입니다. 향후 은행의
움직임을 예상해 보자면 대출금리는 찔끔 내리고, 예,적금
금리는 왕창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측도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두 달 만에 추가 인하가 단행됨에 따라 시중에서
1년 만기 기준으로 연ㅇ 2% 중반대의 정기 예,적금 상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대신 연 1%대의 상품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입니다. 이럴 경우 은행에 돈을
넣어두더라도 물가상승과 기회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연이율 1.9%의 은행 정기 예금 상품에서 한
해 받는 이자는 190만원입니다. 여기에 이자소득세(14%)와
주민세(1.4%)를 빼면 사실상 주머니에 들어오는 이자는
160만원 정도입니다. 결국 실제 이율은 1.6%가 되는 셈인데,
한은이 전망한 내년 물가상승률(2.4%)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가 되는 셈입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사상 최저인 은행 예금
금리는 향후 더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퇴자와 같은 이자
생활자들은 예금 중심의 자산관리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현재 1년 만기 정기예끔 상품의 금리는 대부분
2% 초반대인데, 이번에 금리가 또 인하됨에 따라 '정기예금
금리 1%대'가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 은행
PB팀장은 "일본의 이전 상황을 추적해보니,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해외 투자가 급격히 늘었다"며 "이자 생활자들은
정기예금과 함께 해외 투자. 중위험 투자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