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지면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3가지
구조적인 요인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경기부양책만으로는 해결 할 수 없는 만큼 본질적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 급증한 해외생산... 제조업 공동화 우려 ]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각각 중국 시안과 광저우에
반도체와 LCD패널 공장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해외 공장은
현지에서 부품 조달부터 생산, 판매까지 일괄 처리하는
독립채산형입니다. 과거 가공무역처럼 국내 기업이 해외
가공업체에 원재료, 중간재 등을 제공하는 형태의 교역은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독립채산형
해외생산이 확대되면 수출과 국내총생산이 축소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더구나 국내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은 2012년
일본(20.3%)과 비슷한 수준인 18%에 달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닮아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해외생산이 증가하면서 휴대폰, LCD의 국내 생산은
2012년 기준으로 각각 24.6%, 23.9%로 감소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입니다. 제조업의 위기는 지표에서도 나타납니다.
3분기(7~9월) 제조업 생산은 LCD,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
기기를 중심으로 전기대비 0.9% 감소했습니다. 제조업이
뒷걸음질 친 것은 2009년 1분기(-2.4%) 금융 위기 이후
처음입니다.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선
해외 진출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이지만, 국가 경제
입장에선 별 도움이 안 된다"며 "국내 제조업 기반이 있어야
이와 연계해 기술력을 높일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연구개발(R&D) 등에 투자를 늘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흔들리는 수출 경쟁력... 중에 먹히나 ]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영업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수출경쟁력마저 흔들리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60% 가량
감소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은 중국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샤오미가 4년만에 세계
3위의 판매업체로 올라서면서 1위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4년 후엔 중국에 따라잡힐 것이란 산업연구원의
분석도 나옵니다. 현대자동차는 엔화가치 하락이란 복병을
만났습니다. 3분기 영업이익이 1조6천억원으로 2010년
4분기(10~1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일본
수출업체들이 엔저를 활용해 자동차 가격을 떨어뜨리면서
가격경쟁력에서 밀린 탓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이 기술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데다, 일본
기업들도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어
수출시장을 중국과 일본 기업이 급속히 잠식하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위축된 제조업
수요를 나누려다보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투자
공급과잉을 불러오고 있다"며 "환율에서의 불이익이라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인구 고령화, 가계부채..."쓸 돈이 없다" ]
맞벌이 가구인 30대 A씨 부부는 월 평균 700만원을 벌고
있지만, 각종 연금과 보험, 주택 구입용 가계대출 원리금 상환
등으로 4백만원은 고스란히 고정비용으로 들어갑니다. A씨는
"연금, 보험 등을 많이 들어놔서 65세가 넘어가면 걱정이 없을
것 같지만 그 전까진 어쨋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신세"
라고 말했습니다. 고령화에 대비해 소비를 뒤로 미루거나
가계부채에 허덕여 소비를 줄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내수
경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노후소득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서비스업 발전 속도가 느린 만큼 서비스업 산업을
더욱 활성화해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가계부채도 이미 소비를 제약할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약하는 임계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1분기 6.2%(전년동기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성장이 되면 소득이 줄 수밖에
없다"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