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자산가의 투자 공식도 달라졌습

니다. 고금리,고물가 시대 자산가의 투자는 공격적이었습니다.

고금리 은행 예금을 근거지로 기회가 생길 때마다 주식이나

부동산에 뭉칫돈을 넣어 자산을 불렸습니다. 자금 유치가

아쉬운 은행은 자산가를 끌어오기 위해 금리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나 은행 예금은 더 이상 활용 가치가

없어졌습니다. 그러자 원금이 보전되면서 연 3%대 수익을

안겨주는 보험과 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보험은

수익률이 3%대로 높고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까지 받기 때문입니다. 일시납 저축보험의 비과세

한도는 2억원인데 월 적립식엔 한도 제한이 없습니다.

우리은행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보험 비중이 2012년말 20.2%에서 올해 9월에는

28.8%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예,적금이나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자산비중은 68.6%에서 58.9%로 감소했습니다. 저축성의

보험의 인기 덕에 한국인 1인당 보험 가입건수는 6월 말 현재

3.59건으로 2010년(3.08건)보다 크게 늘었습니다. 전체

보험료의 절반가량이 저축성보험입니다.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자산가들이 과거엔 투자

수익률이 낮아 눈길조차 두지 않던 채권이나 저축성 보험에

관심이 커졌다"며 "금리가 워낙 낮으니 안정적으로 3%

수준의 고정금리를 확보할 수 있는 상품부터 투자 바구니에

담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 거들떠보지 않던 5%대 수익률의 중위험,중수익 상품인

지수형 주가연계증권(ELS),공모주 펀드,롱숏펀드 등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2008년 76조원을 넘어섰던 국내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은 10월 현재 53조원대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ELS는 3분기 발행액이 20조원으로 전 분기보다 46%

급증했습니다. 은행,증권,보험사 등 금융사의 대표 PB 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PB

10명 중 6명이 요즘 투자하기 좋은 상품으로 지수형 ELS를

추천했습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는 지수나 종목의 주가가

만기까지 일정 범위 내에 머물면 약속된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우리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원금 손실의

위험이 큰 종목형 ELS보다 지수형 ELS로 돈이 몰린다"고

말했습니다.

10명의 PB는 또 "이제 자산가도 5% 수익률이면 만족한다"고

답했습니다. 자산가는 2~3년 전에 10%, 지난해에는 7~8%의

수익률을 기대했었습니다. IBK기업은행 PB고객부 과장은 "시중

예금 금리가 1~2%대로 떨어지자 부자의 기대수익률도

낮아졌다"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 강남투체어스 센터장은

"예전에 자산가의 관심이 자산 증식에 있었다면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기에는 자산 지키기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산가들은 시야를 넓혀 해외에도 적극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은퇴한 사업가 A(77세)씨는 연초 국내 주식형 펀드를

깨서 미국,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투자하는 해외 펀드로

옮겼습니다. 박스권 장세가 3년째 이어지면서 평균 수익률이

4%를 넘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원래 아는 곳만

투자하는 게 철칙이었는데 금리가 워낙 낮아 다른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는 재테크 시장의 '얼리

어답터(가장 먼저 제품을 사는 첫 번째 소비자군)'입니다.

이들이 움직이면 일반 투자자도 6개월에서 1년 시차를 두고

따라 움직입니다. 시장의 물길이 바뀌고 있는 만큼 자산가의

움직임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