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김모(27세)씨는 목돈을 모아야겠다는

생각에 은행부터 찾았습니다. 은행에서 불러준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은 연 1.95%. 500만원을 맡겨도 세금을 떼면

1년간 이자는 8만2480원뿐입니다. 김씨는 "주식이나 펀드는 해

본 적이 없는데 이제부터 배워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습니다.

3천만원 신용대출을 받은 문모(46세)씨는 지난달 은행 직원과

말다툼을 했습니다. 3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변동대출인데 올

7월 연 5.16%였던 금리는 10월 4.75%로 갱신돼 있었습니다.

금리가 내려간 폭이 생각보다 적다 싶었던 문씨는 내역을

봤습니다. 은행에서 정한 기준금리는 2.14%인데 덧붙는

가산금리가 2.61%나 됐습니다. 배보다 배꼽이 컸습니다.

"이자를 낮춰 달라"고 따졌지만 은행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국내 은행의 예금 평균금리가 사상 처음 연 1%대로

떨어졌습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현실이 됐습니다. 그런데 은행 대출 이자 부담은 크게

줄지 않았습니다. 기준금리가 낮아지자 은행이 대출 금리에

덧붙는 가산금리를 '꼼수 인상'하면서입니다.

지난달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0월 은행 평균

수신금리가 1.97%로 떨어졌습니다. 한 달전 2.01%보다

0.04%포인트 낮습니다. 역대 최저로 한은 기준금리(2%)에도

못 미칩니다. 수시입출금식 예금, 정기예금, 적금, 부금에

금융채같이 저축 성격을 띠는 금융상품까지 모두 포함해

평균한 금리입니다. 1%대에 진입한 건 처음입니다. 은행에

저금한다고 돈을 맡겨봤자 물가 상승률(올해 1%대)과

이자소득세(이자소득의 15.4%) 같은 세금을 감안하면

손해입니다. 예금으로 돈을 버는 시대가 사실상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두차례 내린 영향에 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도 겹쳤습니다.

한은이 집계한 올 10월 평균 대출 금리도 연 4.36%로 한 달

전보다 0.0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 금리가 내려가긴 했지만 4%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들어오는 예금 이자는 바닥 모르고 줄어드는데 나가는 대출

이자 부담은 여전하다는 얘기입니다. 대출 금리에 포함되는

가산금리가 원인이었습니다. 은행연합회가 지난 하나 달간

취합해 공시한 주택담보대출 금리(만기 10년 이상

분할상환방식 기준)를 보면 국민,신한,농협,외환 등 대부분

시중은행의 평균 가산금리가 올 7월에서 10월 사이

올라갔습니다. 농협은행은 가산금리를 3개월 새 0.34%에서

0.94%로 0.6%포인트 상향 조정했습니다. 외환은행도 0.6%에서

1.02%로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 인하폭(0.5%)과 비슷한

수준으로 가산금리를 올린 셈입니다. 은행 신용대출

금리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전문가 시각은 다릅니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금리를 낮추면 시장금리가 다 같이 내려가는 게

일반적인데 가산금리만 오르는 건 이례적 현상"이라며 "은행

예대마진율(NIM)이 2% 이하로 떨어진 상황에서 은행도 살기

위해 위험에 대한 불안감을 가산금리에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 은행감독국장은 "금리는 기본적으로 은행들이

경쟁하면서 결정돼야 하며 감독당국이 관여할 사항은

아니다"면서도 "은행들이 일제히 가산금리를 상향조정하나 게

모범규준에 어긋나거나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한 고정금리형 주택담보대출의 비중을 맞추려 저금리로

팔았던 특판상품 판매가 끝나면서 가산금리가 올라간 것처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