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가계저축률이 9년 뒤에는 마이너스(-)로

추락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가파른 고령화 탓입니다.

한국은행이 8월 2일 발표한 ‘인구 고령화가 가계의 자산·부채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고령화 수준이 2015년 12.8%에서 2030년

24.5%로 11.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같은 기간 가계저축률은 8.9%에서 -3.6%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한은의 분석입니다. 가계저축률이 마이너스에 진입하는

시점은 2026년으로 추정됐습니다. 가계저축률은 가계가

저축하는 돈을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이 수치가

마이너스면 집 등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을 처분해

소비하는 가계가 많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생애주기별로 개인 소득을 보면 청·장년기에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지만 은퇴 후에는 큰 폭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에 비해 소비는 의료비 지출 등으로 크게

감소하지 않아 저축할 여유가 줄어든다는 게 한은의

설명입니다.

특히 75세 이상 고령층에서 실물자산 처분이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는 고도성장기를

겪으면서 이전 세대보다 많은 자산을 축적한 덕분에

은퇴 후 고령층에 진입하더라도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급격하게 처분하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자산은 다른 세대에 비해 5000만원가량

많은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령화를 미리 겪고 있는 일본에서도 고령자 비중이 1994년

13.9%에서 2014년 25.7%로 높아졌을 때 가계저축률은

11.6%에서 -0.5%로 떨어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980~2015년 거시경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고령화 수준이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저축률은 1.07%포인트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역모기지론(주택을 담보로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상품) 등 실물자산 유동화 시장을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습니다. 김정훈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정보반장은 “고령화 진전은 가계의 저축률

하락, 안전자산 비중 증대 등으로 이어져 금융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고령화로 가계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강해질

전망입니다. 금융자산에서 채권·펀드 등 위험자산 보유

비중은 2015년 19.4%에서 2030년 13.2%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에 비해 현금·예금 비중은 같은 기간

43.1%에서 51.6%로 상승하고, 보험·연금 비중도

31.1%에서 35.2%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가계가 노후 준비 등을 위해 안정적으로 자산을

운용하려는 데다 소득이 적은 고령층은 자산 운용에서

보수적인 성향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서입니다. 김 반장은

“고령화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장기 채권시장을

육성하고 중(中)위험·중수익 금융상품 개발 등 보험·연금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