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8개월 연속 상승세를 타던 코스피지수가

지난달 24일(2451.53 종가 기준) 정점을 찍은 뒤 한 달 이상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미국 등 세계 주요 증시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북한 리스크 등 국내외 변수로

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시계 제로’ 상태에

놓였습니다. 한국경제신문에서 8월 30일 대형 증권사

자산배분전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자기자본 1조원 이상 증권사 11곳의 투자

포트폴리오 담당 임원이 모두 참여했습니다.

‘해외 투자는 미국 비중을 줄이는 대신 유럽과 아시아에

집중하라. 국내 투자는 현 상태를 유지하거나 더 늘리는

것이 좋다.’

국내 증권업계의 자산배분 전략은 이처럼 요약됩니다.

연초에는 해외 투자에서 미국 비중을 35%로 잡았습니다.

미국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기 때문에 ‘달리는 말’에 올라탈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미국 비중 컨센서스(평균치)가

29%로 6%포인트 줄었습니다. 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추가 매수에 나서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판단이

작용했습니다. 미국 다우지수는 지난해 11월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사상 최고 기록을 잇따라

갈아치우며 17% 이상 올랐습니다.

응답자의 50%는 미국 증시의 상승 모멘텀이 약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미국에 대한 투자 비중 축소는 달러 가치 전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인가’라는 물음에

63.6%가 “그럴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미국 투자에서 수익률이 좋더라도 환손실을 보게 됩니다.

유럽에는 우호적인 시각을 나타냈습니다. 연초 14%였던

투자 비중을 19%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병열 삼성증권 자산배분 담당 상무는 “미국 증시의 추가

인상에 베팅하기보다는 정치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유럽을 더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아시아도 투자 비중을 늘릴 지역으로 추천했습니다.

아시아 투자 비중을 22%로 제시했습니다. 연초보다 3%포인트

높은 수치입니다. “미국 중심의 성장이 유럽과 신흥국으로

확산될 것”(KB증권)이라는 의견과 “유럽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하다(유안타증권)”는 견해가 다수였습니다.

선진국과 신흥국 투자 비중은 5 대 3 정도로

제시했습니다. 글로벌 증시에서 신흥국 시가총액 비중이

2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신흥국 투자에 더 많은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국내와 해외 투자 비중을 놓고 보면 국내 투자가 소폭

증가했습니다. 연초 39.9%였던 국내 투자 비중은

1.4%포인트 늘어난 41.3%로 나왔습니다.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신영증권)도 있지만 기업 실적을

감안할 때 증시 매력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키움증권은 연초 국내와 해외 투자 비중을 3 대

7로 제시했지만 현재 가이드라인을 5 대 5로 조정했습니다.

자산별 투자 비중은 주식이 52.8%를 차지했습니다.

채권은 28.5%로 연초 대비 2.5%포인트 줄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