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12차례에 걸쳐 내놨던 대책을 한꺼번에
쏟아내 집값을 꼭 잡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정책기조가 ‘집 사라’에서 갑자기 ‘집 팔아라’로 바뀌면서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침체에 빠져있던 부동산시장이
2013년부터 조금씩 바닥을 치고 상승국면을 보이다가 최근
3년 사이 수도권 부동산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습니다.
최근 몇 달간 부동산이 묻지마 상승을 거듭해 과열을 식힐
필요성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적당한 시기에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나온 것은 당연한 수순입니다.
하지만 예상외의 강력한 수요 억제 대책뿐 공급에 관한
내용은 없어 거래절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8·2 대책은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입니다. 투기세력을 다주택자로 보고 투기세력의
주택 구매로 집값도 상승하고 그 여파로 집 없는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실수요자 위주 시장으로 재편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다주택자는 악이고 집 없는 사람은 선이라는, 집
있는 사람과 집 없는 사람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사회계층 간 분열을 일으킬 상황을 초래할 뿐입니다.
강력한 대출규제로 정작 서민, 젊은 직장인, 신혼부부
등은 오히려 집을 구입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8·2 대책 이후 무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어떻게 움직일까요?
무주택자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 평균 약
40%입니다. 서울은 54%로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대출을 조이면 무주택자가 대출받아
집을 구입하기도 어려워집니다. 또 강한 대책의 영향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면 주택 구입을 망설이게
됩니다. 전세로 눌러 앉을 가능성이 더 큽니다.
다주택자는 양도세가 중과되는 내년 4월1일 이전에
매도하는 게 현실적으로는 이득이 크지만 시장은 정부
뜻대로 움직여 줄 것 같지 않습니다. 다주택자가 집을
매도하려고 해도 무주택자들의 형편이 여의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달 말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된다고 합니다. 여기에 좀 더
세밀한 대출규제, 분양가상한제, 전·월세상한제 등 시장을 더
조이는 대책이 나올 전망입니다. 다주택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세제 혜택 등 유인책이 나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시장을 한꺼번에 가라앉히는 정책이 한꺼번에
시행된다면 매매시장의 ‘거래절벽’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오히려 공급이 부족한 지역은 전세가가 상승하는
전세난이 벌어질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지나면 공급이 부족한 지역의 전세가격이 오르고
이는 기존 주택의 매매가를 끌어올려 또다시 집값을
끌어올리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국은 부동산이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5.9%로
미국(34.9%) 일본(47.3%) 영국(55.3%)보다 월등하게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가격을 떨어뜨리는
대책은 건설경기까지 위축시켜 경제성장률까지
떨어뜨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반 국민이 대비할 시간을 주면서 급격한 가격 하락이
아니라 시장을 연착륙시켜야 합니다. 정부가 좀 더 넓은
시야를 갖고 예측 가능하고 세밀한 부동산대책을 내놓는 것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