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자(65세 이상) 비율은 내년에 1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2000년 고령자 비율이 7%에 도달한 지

약 20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1956년 유엔은 전체

인구 가운데 고령자가 7%를 넘으면 고령화 사회라고

정했습니다. 당시 고령화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구미

국가들의 고령자 비율이 대부분 7%를 넘었기 때문입니다.

1956년 영국의 고령자 비율은 11.4%, 미국은 8.8%, 핀란드는

7%였습니다. 이후 7%의 두 배수, 세 배수 식으로 각국의

고령화 정도를 비교·진단하고 있습니다. 고령자 비율도

중요하지만 고령자의 연령 구성 변화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령자 비율이 7%였던 2000년에 한국의 75세 이상

후기 고령층 인구는 전체 고령 인구의 32.2%인 약

109만1000명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그 수가 약

302만7000명으로 10.6%포인트나 늘면서 전체 고령 인구의

42.8%를 차지했습니다.

통계청은 2029년에는 75세 이상 고령 인구 수가 5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2030년에는 74세 이하 인구보다

75세 이상 인구가 더 많아지는 ‘전후기 고령 인구

역전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고령 인구 가운데 전기 고령 인구보다 후기 고령

인구에게 지출되는 의료비가 더 많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65~74세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226만8000원(2014년 기준)이었습니다.

7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진료비는 345만3000원으로

전기 고령 인구보다 약 1.5배 높았습니다. 나이가 들면

개인이 부담하는 의료비 총액이 증가할 뿐 아니라 투병

생활하는 동안 들어가는 각종 부대 비용도 늘어납니다.

노후 생활비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은퇴하더라도

아직 건강하다면 계속 일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어느 정도

채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노후 생활비만 확보한

상태에서 중증질환에 걸려 큰 목돈이 깨진다면 의료비와

생활비 부족의 이중고에 직면합니다. 일본에서도 공적

연금 등을 통해 생활비만 간신히 준비한 고령층이 노후에

중병 상태에 빠지면서 의료 파산에 이르는 상황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노후 준비라고 하면 보통

연금을 통한 노후 생활비 마련에만 관심을 갖기 쉽습니다.

연금도 중요하지만 중증 의료비 대비를 우선순위에 두고,

부족한 생활비 준비를 이어 나가는 것이 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