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첨병 역할을 했던 제조업의 성장세가 갈수록
저조해지고 있습니다.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는 ‘이상신호’로 받아들여 집니다.
반면 부동산업은 그야말로 ‘역대급’ 활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영세 자영업도 부쩍 많아지고 있습니다.
산업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의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곧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 하락과
직결된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활력 점점 떨어지는 韓 제조업
8월 24일 현대경제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1~2015년
국내 제조업의 신생률은 14.9%로 2006~2010년(18.1%)보다
하락했습니다.
신생률은 활동하는 기업 수에다 금년 새로 생긴 기업 수를
나눈 수치입니다. 신생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국내
산업계에 ‘새 얼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성숙 경제에 접어든지 오래인 미국(24.9%)과 독일(21.9%)
같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입니다.
소멸률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제조업의 소멸률은
2011~2015년 10.1%로 직전 5년(11.7%) 대비 1.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이 역시 미국(22.0%)과 독일(31.9%)보다
낮습니다.
신생률과 소멸률을 합한 교체율도 지난 5년 25.0%로
주요국보다 훨씬 저조했습니다. 미국과 독일의 교체율은 각각
46.9%, 53.8%에 달했습니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경제의 주요 과제인
저성장화를 해소하려면 우수한 기업의 신규 진입을
활성화하고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는 기업의 퇴출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업의 활력이 떨어지다보니 세계적인 업체 수도
적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포브스에서 발표하는 글로벌
2000대 기업을 보면, 2000년대 들어와 신설된 국내 제조업체
중 글로벌 업체가 된 곳은 2개사에 불과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22개사, 11개사에 달합니다.
국내 제조업계의 창업과 사업재편이 이들 주요국에 비해
미흡했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제조업계가 ‘현상 유지’에 급급하는 것은 우리 경제
전반의 성장세에도 악영향이 우려됩니다. 저수익 체질이
고착화하면 질 좋은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입니다.
최근 제조업의 대출 수요가 미미한 것도 그 연장선상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제조업의 대출금은 전기말 대비
1조2000억원(0.4%↑)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1분기 대출금(6조2000억원)보다 5조원가량 더 적었습니다.
최근 초호황인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금속가공제품·기계장비
분야만 1조3000억원(1.7%↑) 증가했을 뿐 1조원 이상 대출을
받은 업종은 한 곳도 없었습니다.
부진의 늪에 빠진 조선업이 대표적입니다. 조선업이 포함된
기타운송장비의 경우 2분기 1조8000억원(8.9%↓)을
갚았습니다. 이종현 한은 금융통계팀 과장은 “조선업종이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하면서 대출 증가율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타운송장비의 현재 대출 잔액은 18조7000억원입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5.7% 감소한 것입니다. 이 정도
증감률은 사상 최저치입니다.
자동차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자동차·트레일러업은 2분기
금융기관에 2000억원을 갚았습니다. 전기 대비 0.7% 감소한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만 유독 고공행진
반면 유독 고공행진을 벌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부동산
시장입니다. 올해 2분기 부동산업 대출금의 증가 폭은 사상
최대치(6조8000억원)를 기록했습니다. 부동산업은 부동산
시장과 관련한 서비스업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부동산 중개업소 외에 부동산
개발업, 상가 임대업 등도 포함됩니다.
6월말 현재 부동산업 대출금 잔액은 182조9000억원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2%나 급증한 것입니다. 사실상 나홀로
성장세입니다.
부동산업에 이은 대출 증가 업종이 숙박·음식점업
등이라는 점도 ‘불안한 성장’의 단면이라는 평가입니다.
2분기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점업을 합한 대출금은
3조3000억원 증가했습니다. 현재 잔액은 부동산업에 버금가는
174조5000억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