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ㆍ2대책에서 청약조정대상 지역 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적용 시기를 내년 4월로 정한 것은
다주택자들이 남은 8개월 동안 주택을 처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입니다. 가격 상승 기대감으로 서울 등
일부 지역의 매물이 실종된 상황에서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함으로써 실수요자가 적정 가격에
주택을 구매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양도세 중과를 우려한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고 집값이 안정을 되찾게 될 지가
관심사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장 매물이 쏟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 봤습니다. 강남권 등
수요가 쏠리는 지역에서 적정 수준의 공급이 없는 한
집값 상승세를 잡는 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8ㆍ2대책을 만드는데 실무자로 참여한 이용주 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장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도세 중과는
다주택자들에게 주택 매도 유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내년 4월 1일부터 2주택자가
청약조정대상 지역에서 주택을 양도할 경우 양도세율을
기본세율(6~40%)에서 10%포인트, 3주택자 이상은
20%포인트 높이기로 했습니다. 법 시행 이후 양도하면
차익이 줄어드는 만큼 법 시행 전까지 투기목적으로 산
매물은 팔라는 게 정부 메시지입니다.
그러나 시장에선 오히려 ‘양도세 부담→거래절벽→
부동산 가격 상승’의 악순환만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허명 부천대 부동산유통과 교수는
“참여정부 때도 양도세 강화 이후 매물이 오히려 줄고
집값이 치솟는 역효과가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2005년 1가구 3주택에 양도세를
중과(60%)한데 이어 2007년 중과대상을 1가구
2주택(50%)으로 확대했습니다. 김우철 더불어민주당
국토교통위원회 전문위원도 “양도세는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으면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집값을 잡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내 놓기 보다 관망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시각입니다.
초강력 종합 규제책을 내놓은 만큼 투기 수요는
줄겠지만 최근 집값 급등의 또 다른 축인 인기 지역의
공급부족 대책이 빠진 것도 아쉬운 대목입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최근 집값 상승세는 새
아파트를 원하는 실수요가 뒷받침하고 있다”며 “단기적으론
주춤해도 수요에 비해 여전히 공급량이 적은 만큼 서울
강남권 집값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정부는 공적임대주택(연간 17만호)의 60%를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수도권에서도 분양 양극화가
극심한 만큼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풍부한 유동성과
견조한 경제회복세가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데
규제만으로 집값이 잡힐 지는 회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8ㆍ2대책 대다수가 이미
과거에 시행해 본 정책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가 추가 투기과열지구ㆍ투기지역 지정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해서도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맞춰지는 것”이라며 “과도한 투기에 대해선
규제가 필요하지만 단기 지표를 갖고 자꾸 정책을 쏟아
내다보면 정책 신뢰도만 하락하고 정책 효과도 점점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