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vs 4000원.’
#1. 30대 직장인 강모 씨는 점심식사후 항상 커피를 즐깁니다.
커피 맛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십수년째 마셔온 덕에 맛만 봐도
좋은 원두인지 아닌지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요즘 즐겨
마시는 것은 편의점 커피입니다. 강 씨는 “대형
커피전문점과 비교해도 맛이 떨어지지 않고 가격은
절반수준도 안된다”며 “원두만 봤을때 원가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저가의 편의점 커피를
마신다”고 했습니다.
#2. 전업주부인 김정수(39) 씨는 가끔 대형 커피전문점에 들러
혼자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여유를 즐깁니다. 김 씨는 문득
지난번 편의점에서 마셔 본 저가 원두커피를 생각했습니다.
‘지금 마시는 커피 가격이 편의점 커피 보다 거의 4배 비싼데
품질과 맛도 과연 4배가 좋은걸까…’ 김 씨는 1000원대 편의점
커피부터 4000원대에 이르는 전문점 커피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생각해보니 갑자기 혼란스럽습니다.
6월 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377잔에
달합니다. 하루에 평균 1잔 이상을 마시는 셈입니다.
이처럼 커피가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커피시장의 양극화도 빠르게 진행됐습니다.
1000원대 저가커피와 대형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4000원대
아메리카노 모두 원두 가격은 400~600원선이지만
소비자가격은 거의 4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저가커피가 인기를 끌자 역으로 불똥은 대형 커피전문점에
튀었습니다. 같은 커피인데도 가격차이가 4배 차이 나는
이유는 뭘까요?
BGF리테일에 따르면 편의점 CU에서 판매하는 겟(GET)
커피의 아메리카노는 원두와 물류, 로스팅 등의 비용을 포함한
것으로 판매가격이 1200원이고 원두의 가격은 400원선입니다.
그러나 원가가 낮다고 해서 원두의 품질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BGF리테일은 커피 맛의 핵심이 되는 좋은 원두를
확보하기 위해 최상급 탄자니아산 원두와 콜롬비아산 원두를
찾아냈다고 했습니다. GET 커피에 사용되는 콜롬비아산
원두는 최상등급인 수프리모와 바로 아래 단계인 ‘엑셀소’
이외의 원두는 수출하지 않는 엄격한 기준으로 유명합니다.
독특한 산미를 가진 탄자니아산 원두 역시 탄자니아의 50여개
농장에서 직접 샘플을 공급 받아 BGF리테일의 상품개발팀과
커피전문가들이 직접 시음한 후 선별한 것으로 최상등급인
‘AA’등급만 사용합니다.
반면 대형 커피전문점의 경우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4100~4700원으로 편의점 커피의 4배 정도입니다.
여기에는 대형 커피 매장의 임대료와 전문 바리스타를 포함한
인건비, 브랜드 관리비용 등이 포함됩니다. 편안한 의자와 넓은
매장 등을 제공하고 업무를 보거나 미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점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한 대형 커피전문점의 2015년도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연간
임차료와 인건비(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교육훈련비
포함)는 각각 매출의 15.2%, 14.1%에 달합니다. 또 사용된
모든 원재료(원두, 우유, 티, 시럽 등) 가격은 인건비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원두 가격은 편의점 커피와 비슷해 한
잔의 원가는 500원선입니다. 한 대형커피점 관계자는
“4000원대 아메리카노 한잔 가격에서 임대료랑 인건비가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원두의 원가에 거의 차이가 없음에도 커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은 임대료ㆍ인테리어ㆍ인건비 등 매장
관리와 관련된 비용이 업체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즉, 대형 커피전문점들은
시내 요지에 대형 매장을 운영하며 수 십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비싼 인테리어를 갖춰야하지만 편의점은 기존
점포의 인력과 공간을 그대로 쓰면서 커피머신만 갖추면
되기 때문에 그만큼 싼 값에 커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원두를 납품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편의점 납품 원두
가격과 커피전문점 납품 원두 가격에 별 차이는 없다”고
했습니다.이어 관계자는 “원두ㆍ블렌딩ㆍ로스팅 등의 비용을
모두 포함해도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한 잔의 원가는
일반적으로 판매가의 5~10% 이하”라며 “게다가 커피 한 잔에
들어가는 원두 양이 매우 소량이기 때문에 로스팅 기술이나
비용 등의 차이를 인정한다해도 한 잔당 원가 차이는 많아야
100~200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커피업계 관계자는 “물량에 따른 수익 구조도 다르기 때문에
가격을 직접 비교해 비싸다, 싸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원두 원가의
8배가 넘는 가격은 도가 지나친 것이라는 지적도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