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강검진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만성호중구성백혈병을
진단받은 60대 부산 여성 A 씨는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혈액암이라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천차만별인 의료비용
때문이었습니다. 온갖 인맥을 동원해 암을 잘 고친다는 곳을
수소문해 서울의 한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았는데, 치료비로
1000만 원을 요구받았습니다. 또 다른 추천으로 서울 강남에
있는 한방의료기관을 방문해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한 달 약값만 무려 500만 원에 달했고, 입원 치료 시에는 추가
비용도 있었습니다.
#초등학생 아들을 둔 40대 여성 B 씨도 최근 의료기관을
방문했다가 고가의 비용 때문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자녀의 키가 또래보다 작아 여기저기 광고하는 성장클리닉을
소개받아 갔더니 자녀의 최종 키가 170㎝를 넘지 않는다는
진단과 함께 호르몬 주사 치료를 제안받았습니다.
호르몬 주사제 비용은 1000만 원. 이곳 성장클리닉뿐 아니라
의료계에서는 호르몬 주사제 평균가격이 1000만 원선에
형성됐다고 들었습니다.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환자나 자녀가 최우선인
보호자들은 이런 고가의 치료비 요구에 생각할 여지 없이
바로 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절박한 환자는 자신의
건강을 좌우하는 의사 앞에서 ‘슈퍼 을(乙)’이기 때문입니다.
6월 8일 보건의료 시민사회단체 등에 따르면 이런 환자의
절박함을 악용해 ‘치료’보다는 ‘장사’에 치중하는
의료기관들이 적지 않습니다. 김재천 건강세상네트워크
환자권리사업단 집행위원은 “암이나 특정 질환에 걸리면
환자들은 충격이 큰데, 그런 취약한 부분을 이용하는 의사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훌륭한 의사도 많지만, 이들로 인해 의료
윤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경우도 많지만, 이에
대한 객관적인 임상 자료를 알려주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가볍게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드러난
각종 비타민 주사제 역시 ‘장사’로 볼 수 있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입니다.
김 집행위원은 “마늘주사, 백옥주사 등이 유효성이 없는
것이라는 임상 결과가 나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곳에서
처방되고 있다”며 “각 병원이 로봇수술을 경쟁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환자들을 혹하게 하는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공공병원이 턱없이 부족하고, 의료기관 대부분이 민간기관인
상황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입니다. 김 집행위원은
“시장논리에 따라 민간병원은 살아남기 위해 ‘의료’를 상업화의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결국 일부
의료기관들이 환자의 건강에 대한 염려와 불안을 장사
도구로 활용하는 문제점이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고가의 의료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환자단체
관계자는 “면허가 없는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면 불법으로
처벌받지만, 면허가 있는 의료인들의 경우에는 효과 없는
의료행위에 대해 비싸게 진료비를 받아도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그는 “환자 입장에서
객관적인 사실로만 판단하고 불필요한 치료 유혹에
빠지지 않아야 하는데, 환자라는 특성상 쉽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대부분 환자는 절박한 상황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값비싼 비용을 부담하고
치료를 받는다”며 “이 때문에 나중에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해당 의료기관에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이런 문제들이 오랜 기간 개선되지
않는 원인이기도 하다”고 말했습니다.
의료인들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하지만, 이에 맞춰 법·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김 집행위원은
“의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려면 의사들 스스로 자정 노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윤리적 행위에 대한 의무를 강제해야
한다”며 “예를 들면 최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대리수술의
경우, 관련 규정이 없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중대 범죄로 규정할 정도로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의료계에서는 국내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핑계를 대지만,
시스템이 따르지 못한다면 시스템을 고쳐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최우선인 만큼 환자 권리를 보호하는 것은 가장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건강세상네트워크에서는 법적으로 환자에 대한 설명 의무와
피해보상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효성이 확인되지 않은 치료로 환자가 손해를 입었을 때,
환자가 이를 규명하는 게 아니라 의료인이 왜 이런 치료법을
사용했는지 규명하도록 해야 하며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처벌하는 강력한 법체계가 필요하다고 이
단체는 지적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