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심해지더라도 집값이 일본처럼 급격하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습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은 7월 2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인구

고령화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에선 1991~1992년 부동산 버블(거품)이

꺼진 뒤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줄고 단카이

세대(團塊: 1948년 전후 출생자,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집값이 장기 하락세를 나타냈습니다.

1992년부터 2016년까지 일본 주택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했습니다.

한국도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줄어들지만

한은은 실증분석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다르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한국 부동산 시장 상승률이 일본만큼

가파르지 않다는 게 한은의 진단입니다. 일본에선 버블

붕괴 직전인 1986~1990년 6대 대도시 연평균 주택지가

상승률이 22.1%에 이르렀습니다. 또 당시 일본은 대출 규제가

약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이 100%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LTV가 70% 이하로 관리되고

있습니다.

한은은 한국의 주택공급량이 1990년대 일본처럼 높은

수준도 아니라고 봤습니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붕괴로

땅값이 떨어지자 경기 진작을 위해 주택건설을 늘려 주택시장

침체를 가속화했습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대규모

택지개발보다 재건축·재개발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재건축·재개발은 기존 주택을 없애고 새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어서 대규모 택지개발 방식에 비해

순공급량이 많지 않습니다.

주택 유형도 뚜렷하게 차이가 납니다. 일본은 단독주택

비중이 높습니다. 게다가 매매거래도 부진합니다.

일본의 주택매매회전율(연간 매매건수/재고주택량)은 0%대

초반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은 표준화·규격화된 아파트

비중이 높고 거래도 활발합니다. 지난해 주택매매회전율이

10.4%를 나타냈습니다.

다만 고령화로 인한 주택시장의 구조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한국은행은 전망했습니다. 1~2인 가구 증가,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중소형 평형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예상입니다. 지방이나 노후 주택 수요가 줄어

빈집이 증가할 가능성도 높다는 진단입니다.

월세 중심의 임대차 시장이 고령화 심화에 따른 주요

변화입니다.

오강현 한은 과장은 “인구 고령화가 중장기적으로

주택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키겠지만 그 정도는 매우

완만할 것”이라며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감안해

고령가구 맞춤형 주택 공급, 청년층·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