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8·2 부동산 종합대책’이라는 전방위적인 초강력 카드를
꺼내 들고 부동산 투기꾼 소탕에 전격적으로 나섰지만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사용이 금지된 촘촘한 그물망으로 조업을 하면 치어까지 씨가
말라버릴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전날 고강도 대책을 통해 꺼내든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 강화 조치는 투기
수요 억제 측면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1주택자에게까지 사정거리를 넓힌 것이 과연 불가피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과거 노무현
정부도 집권 초기인 2003년 9월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에
거주 요건을 강화했지만 시장에서 먹히지 않았고 오히려
1주택자들의 불만만 키웠습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 8·2 부동산 대책에 다시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방안을
집어넣었습니다. 실수요자로 인정받는 1주택자의 경우
양도가액이 9억원을 넘지 않고 2년 이상 보유했다면 양도
차익에 대해 소득세를 물리지 않아왔습니다. 말그대로 내
집을 갖기 위해 주택을 매입한 실수요자로 간주한 것입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여기에 2년 이상 거주 조건을
추가함으로써 비과세받을 수 있는 기준을 높였습니다.
문제는 부득이하게 거주 요건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현행법상 보유기간 요건을
적용받지 않는 경우는 △주택이 협의매수나 수용되는
경우 △해외 이주로 가구 구성원 전원이 출국하는 경우
△1년 이상 거주한 후 직장 이전이나 자녀 취학, 질병
요양치료 등의 사유로 양도하는 경우입니다.
정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 세를 놓는 경우도
예외조항에 추가할 방침입니다.
언뜻 보면 예외 조건이 많다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부득이한 사유 역시 적지 않습니다. 작년 초 내
집을 장만한 A씨는 최근 갑자기 쓰러진 뒤 거동이 불편해진
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있는 전용면적
59㎡짜리 아파트를 전세 주고 경기도 용인의 어머니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당분간은 부모 봉양을 위해 용인에 계속 살아야
해 2년 보유 조건이 채워지는 내년 초에는 중계동 집을 정리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A씨 같이 2년 이상 거주하지
못한 경우 1주택자인데도 양도세를 내야 합니다. 이뿐 아니라
회사에서 예기치 않게 다른 지역 발령을 받아 거처를
옮겨야 하는 경우나 학교폭력 문제로 자녀를 다른
지역으로 전학시키기 위해 세를 놓고 이사가는 경우도
최소 1년을 거주해야만 양도세 부과 요건의 예외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자칫 하다가는 실수요자들을 투기꾼으로 내몰고 편법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1주택자를 중심으로
거주 요건을 채우기 위해 보유 주택에 주민등록을
옮겨놓는 위장전입이나 양도세를 적게 낼 요량으로
다운계약서 작성이 성행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과거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강화한 2003년
‘9·5 대책’ 직후 부동산 중개시장에서 나타났던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꼽힙니다. 당시 서울 강남이나 양천구,
분당신도시 등 투자 수요가 많았던 지역에서는 전입신고가
급증했고 다운계약서 작성이 기승을 부렸습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양도소득세는 원래 1주택자에도
부과되는 세금이다. 비과세를 당연하게 생각하면 안된다”며
“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예외 말고는 강화된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요건을 손 볼 생각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