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0일 경기도 성남 수정구의 한 임대아파트에 살던

김모(59)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이웃 주민이 김씨

집에서 악취가 난다고 신고하면서 사망한 지 2주가 지난

김씨를 뒤늦게 확인했습니다. 그는 수년 전부터 가족과 연락이

끊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입니다. 간경화 등 지병으로 거동이

불편해 병원도 가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나마 가사·간병

방문지원 대상이라 요양보호사가 일주일에 2~3차례

찾아오면서 식사를 돕고 건강도 살폈습니다.

하지만 요양보호사가 바뀌면서 잠시 발길이 끊긴 사이에

지병으로 숨졌습니다. 예순을 넘기지도 못했습니다.

김씨처럼 소득이 낮을수록 기대수명이 짧고 고소득층이

6.6세 오래 살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9일 보건복지부에서 받은

기대수명 자료를 분석해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건강보험료 납부액을 기준으로 소득 1~5분위로 나눈 뒤

통계청 사망 통계와 건보 가입자 빅데이터 등을

비교·분석했습니다.

저소득층은 흡연·음주·자살 등의 위험에 더 노출된 데다

병에 걸려도 치료를 받는 데 취약해 기대수명이 짧습니다.

반면 고소득층은 평소 운동이나 건강 검진, 병원 진료 등

건강 관리에 투자를 많이 하면서 기대수명이 더 깁니다.

인 의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기대수명은

82.1세입니다. 이해에 태어난 아동은 평균적으로 2097년까지

산다는 의미입니다. 여성 85.2세, 남성 79세입니다.

여성 기대수명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일본(87.1세), 스페인(85.8세), 프랑스(85.5세) 다음으로

높습니다.

2015년 상위 20% 고소득층의 기대수명은 85.14세로 하위

20% 저소득층(78.55세)보다 6.59세 높게 나타났습니다.

저소득층의 기대수명은 전체 평균(82.1세)보다 3.55세

낮습니다. 소득 차이로 인한 기대수명 차이는 점점 더

벌어질 전망입니다. 2010년 6.44세 차이가 났으나 2015년

6.59세로 확대됐고 2025년에는 6.9세로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또한 남성은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소득에

따른 기대수명 차이가 컸습니다. 2015년 기준 남성은

상·하위 20%의 격차가 7.75세에 달했습니다. 그 차이가

여성(4.68세)의 1.7배에 달합니다. 이는 술·담배에 따른

알코올성 간질환과 폐질환 발생이 저소득 남성에게

집중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강영호 서울대 의대 교수는 “소득 수준에 따른 기대수명

격차는 외국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다. 다만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이 많이 찾는 요양원·요양병원에서

폐렴에 걸려 사망하는 사람이 증가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강 교수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이 끊이지 않는 것도 기대수명 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기대수명이

83세(2014년)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반면 울산은

80.7세로 기대수명이 가장 낮았습니다.

전문가들은 수명 격차를 줄이기 위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강영호 교수는 “저소득층의

흡연·음주를 줄이고 의료 접근성을 늘리는 건강 증진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수명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이유인

노동·소득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인재근 의원은 “수명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정부와

지역사회, 기업 등이 다함께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