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3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고지전’이 펼쳐졌습니다.
오전 증시 개장과 함께 코스피는 2510선을 돌파했습니다.
2513.87까지 치솟으며 시장에서 무난한 2500대 첫 안착을
기대한 것도 잠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동시에 매물을
쏟아내며 2400대로 밀려났습니다. 오전부터 시작된 2500선을
사이에 둔 공방은 오후 장 종료 20분 전까지 계속됐습니다.
오후 3시30분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3포인트(0.21%) 오른
2501.93으로 마감했습니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 사상 처음
2500 고지를 밟은 순간입니다. 1983년 1월 4일
종합주가지수(현 코스피) 출범 이후 34년 만의 기록입니다.
이날 주가지수 흐름은 코스피가 그동안 걸어온 길과
닮았습니다. 한 계단, 한 계단이 쉽지 않았습니다.
코스피는 83년 1월 출범 이후 빠르게 내달렸습니다.
122.5(80년 1월 100 기준)로 출발해 87년 8월 500을
돌파했습니다. 2년 만인 89년 3월 1000선도 뛰어넘었습니다.
그러나 유가 파동과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정보기술(IT) 거품 붕괴, 카드 사태 같은 위기가 연이어 한국
경제를 덮쳤습니다. 1000 첫 돌파에서 2007년 1500까지
500포인트를 나가는 데 거의 20년 가까이 시간이 걸렸습니다.
2007년 한 해 동안 코스피는 1500(4월), 2000(7월) 허들을
단번에 넘었습니다. 하지만 1년 뒤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과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습니다. 2000에서 2500으로
올라서는 데 다시 10년이 필요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7일까지 코스피는 23.5%
올랐습니다. 주가 상승률로는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아르헨티나(62.4%), 터키(38.1%), 브라질(26.1%),
인도(24.5%)에 이어 ‘톱 5’에 들었습니다. 세계 증시 호황을
이끈 미국(18.6%)을 앞섭니다.
이제 코스피는 ‘2500 이후’란 새로운 영역에 들어섰습니다.
호랑이 등에 올라탈까 말까요? 투자자의 고민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시장 전문가 사이에 ‘연말까지 더 간다’는 전망에
이견은 없습니다. 대부분 증권사가 연내
2550~2600선까지 상승을 점치고 있습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이익
추정치를 기준으로 코스피 상단을 올해 2600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이후 좀 더 올라갈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올해도 두 달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투자자의 관심은 이제
내년 이후입니다. 범광진 KB자산운용 WM스타자문단 팀장은
“앞으로 증시 상승을 이끌어갈 요인은 크게 세계 경기 회복과
주주 환원 정책 강화인데 공통적으로 대기업과 관련돼 있다”며
“배당을 늘릴 가능성이 큰 수출 대기업인 대형 성장주를
여전히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시장에선 낙수효과도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박소연 팀장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IT 대장주만 올
랐지만 사드 해빙 무드와 내년 경기 회복 기대에 힘입어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동차·화장품·여행·면세점 업종 주가가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나금융투자 클럽원금융센터의 배승호 프라이빗뱅커(PB)는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가시화되면 코스닥 종목도 따라
오를 수 있다. 다만 코스피처럼 시가총액 상위에 올라 있는
코스닥 일부 대형주 위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코스피 2500 이후를 내다볼 때 가장 유의해야 할 변수는
금리입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주식 시장
흐름 자체는 상승 기조”라면서도 “미국의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서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감이 팽배할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박 전문위원은 “올
연말과 내년 초 미국 금리와 달러화 움직임을 보면서 투자
방향을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범광진 팀장은 “그동안 코스피가 급격히 오른 것에 따른
피로감도 물론 있다”며 “내년 이후 코스피 소폭 조정, 박스권
움직임을 걱정하는 투자자라면 횡보 장세에 유리한
커버드콜(주가가 떨어질 때 콜옵션 매도로 손실 폭을 줄이는
것) 펀드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