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0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처음 2500선
고지를 밟고 올라섰습니다. 올 들어 7월까지의 1차 상승장(첫
2450 돌파)과 달라진 점은 정보기술(IT)주에서 산업재, 소비재
관련주로 지수 상승의 훈풍이 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차 상승장에선 시가총액 1, 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IT업종
밖으로 확산되는 온기가 추가 지수 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비IT주’로 상승세 확산
코스피지수가 처음 2490선을 넘은 때는 지난 10월 23일(종가 2
490.05)입니다. 이후 2500선에 이르기까지 불과 10포인트를
남겨두고 5거래일을 뜸 들였습니다. 외국인과 개인투자자의
순매수가 이어졌지만 기관투자가가 대규모 매도 물량을
쏟아내며 번번이 덜미를 잡았습니다. 이날 2500 돌파를 이끈
것은 외국인(2609억원)과 개인(2818억원)의 ‘사자’
주문이었습니다. 기관은 5225억원어치를 팔아치웠습니다.
기관의 매도 규모가 커지면서 오후 한때 지수가 2497선까지
밀리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주도의 수급 쏠림은 여전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에 의존하던 코스피지수가 상승 엔진을 추가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운수장비(6.48%)
유통(5.59%) 화학(5.77%) 철강금속(4.84%) 등의 업종지수
상승률이 전기전자(3.99%)를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눌려 있던
자동차주를 비롯해 화장품 여행 항공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소비주’의 반등세가 두드러졌습니다. 화장품업종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만1500원(3.65%)
오른 32만6500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신세계(3.56%)
영원무역(4.78%) 에스엠(2.28%) 등 주요 중국 소비주도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호텔신라(9.27%) 하나투어(3.29%)는
최근 1년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사드 피해주의 상승세가 내수주 전반으로 퍼지면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
관계의 해빙 모드 효과가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소외주들의 회복은 코스피지수의 상승 탄력을 한층
높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동차주도 ‘최악의 터널’은 벗어났다는 평가입니다.
현대자동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2.7% 늘었습니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 판매 회복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손익에 반영됐다”며 “코나를 시작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신차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달 들어 외국인(1271억원)과
기관(800억원)도 쌍끌이 순매수로 저가 매수에 나섰습니다.
◆대내외 환경과 수급 ‘양박자’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값 상승에 힘입어 정유 화학 철강주도
견조한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부 IT주에 갇혀 있던
온기가 상장사 전반에 넓게 퍼지면서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양호한 3분기 실적을 확인하면서 4분기에 대한 눈높이도
올라가고 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63개 종목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7조524억원으로 3개월 전(45조5908억원)보다 3.2%
늘었습니다.
수출 지표가 긍정적인 것도 증시에 호재입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 9월 수출이 사상
최고치(552억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10월 들어서도 지난
10월 20일까지의 수출 실적이 조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년 동기보다 6.9% 증가했다”며
“코스피지수와 수출금액의 상관계수는 0.95로 매우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견조한 외국인 수급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북한의 도발 위험에 따른 불안이 누그러진
데다 경기 회복 사이클 진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달에만
2조5639억원, 코스닥시장에서 3022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