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장중 2500선을 ‘터치’하는 등 올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주식형 공모펀드를 바라보는 개인투자자들의

시선은 아직도 싸늘합니다. 개인은 올해 월별 기준으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주식형펀드를 환매하고 있습니다.

수익률이 좋은 펀드일수록, 코스피지수가 많이 오른

기간일수록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자산운용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지수 오를 때마다 펀드 환매

10월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 들어 지난 24일까지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서는 6721억원이 빠져나갔습니다.

5023억원이 유입됐지만 두 배가 넘는 1조1744억원이

유출되면서 전체 규모는 쪼그라들었습니다.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코스피지수가 빠르게 오르자 펀드 유출 규모도 늘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공모펀드 환매 ‘러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개인은 지수가 상승세를 타면 펀드를 팔고

조정을 받으면 펀드를 보유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올 상반기 코스피지수는 18% 올랐지만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4조원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습니다. 과거 주식형펀드에

가입해 물려있던 투자자들이 원금을 회복하거나 조금만

수익을 내면 펀드를 내다 팔았습니다.

북한 리스크(위험)가 불거져 코스피지수가 주춤했던 지난

7~9월에는 환매도 잠잠해졌습니다. 코스피지수가 횡보한 지난

7월 한 달 동안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유출액은 올 들어 가장

적은 278억원이었습니다. 오온수 KB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고점을 돌파할 때마다 더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액티브 이어 인덱스서도 자금유출

수익률이 좋은 펀드일수록 자금이 많이 빠져나가는

현상이 뚜렷했습니다. 국내 펀드 중에는 삼성그룹주펀드,

해외 펀드 가운데서는 중국펀드가 대표적입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삼성그룹주펀드는

33.65%의 수익을 냈습니다. 이 회사의 테마펀드 분류 기준

30종 가운데 정보기술(IT)펀드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같은 기간 9548억원이 펀드에서 순유출됐습니다.

중국펀드 역시 연초 이후 평균 32.19%의 수익을 냈지만

9161억원이 순유출됐습니다.

펀드매니저가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액티브펀드 중심으로

이어지던 환매는 지난 9월부터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로도 옮겨붙었습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인덱스펀드에는 2665억원이 순유입됐지만 9월 3285억원, 10월

들어 7022억원이 순유출되면서 액티브펀드의 순유출 규모를

앞질렀습니다. 액티브펀드에선 9월 1928억원, 10월에는

6165억원이 순유출됐습니다. 올 들어 인덱스펀드가

액티브펀드의 환매 규모를 앞지른 때는 9·10월뿐입니다.

펀드 운용을 책임지는 자산운용사들이 펀드 수익률이

좋아져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것도 설정액이

감소해서입니다. 운용사는 설정액에 비례해 운용보수를

받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임원은 “수익률이 좋아져도 자금이

유입되기는커녕 환매로 설정액이 줄어드는 펀드가 상당수”라며

“원금을 회복하거나 5% 수익만 내도 환매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주식시장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장 전문가들은

주가가 올랐다고 무조건 환매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유해 추가 수익을 누리는 게 낫다고

조언했습니다. 신진호 마이다스에셋 전무는 “기업 실적과

수출 통계 등 각종 지표가 좋다”며 “지수가 단기간에 많이

올랐다는 부담만 제외하면 시장을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