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은퇴설계’라는 말은 고령층뿐

아니라 청년층에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중장년층 모임에선 이미 은퇴설계가 단골 화두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은퇴 관련 세미나가 열리고,

언론에서도 매일 고령화와 은퇴설계 이슈를 다루고 있습니다.

강의나 신문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스스로 은퇴설계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은퇴설계의 가장 기초가

되는 ‘수명(壽命)’에 대해선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은퇴설계는 은퇴 이후 근로소득이 없는 시기를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재무적인 요소와 비재무적인 요소를 미리

준비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은퇴설계의 첫 번째 순서는 자신의

은퇴 기간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은퇴 시점은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지만, 은퇴 기간이 끝나는 사망 시점은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기대수명을 보면서 자신의 수명을 예측합니다.

한국인의 기대수명(2015년 기준)은 남성 79세, 여성

85.2세입니다. 하지만 기대수명은 2015년에 태어난 사람의

기대여명으로, 지금의 50~60대가 79세까지 산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중장년층은 기대수명이 아니라 기대여명으로 자신의

수명을 예측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현재 60세인 사람들의

기대여명은 남성이 22.2년, 여성이 27년입니다.

남성은 82.2세, 여성은 87세까지 산다는 소리입니다.

따라서 은퇴설계를 할 때는 기대수명보다 기대여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또 의료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감안해 기대수명을 예상 시점보다 더 길게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기대수명과 함께 건강수명에 대한 개념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 등으로 몸이 아픈

고령기를 제외한 기간을 말합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이

일치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건강수명이 기대수명보다 적어도 7~10년은 더 짧습니다.

사망하기 전 각종 질병으로 병원을 찾는 빈도가 높아지고

거동이 불편해지면 간병 서비스도 받아야 합니다.

이 기간에는 노후생활비 외에도 의료비와 간병비가

만만치 않게 발생합니다. 따라서 은퇴설계를 할 때는

건강수명을 늘리기 위한 계획과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 시기에 필요한 의료비와 간병비를 별도로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에 대해

이해하고 나면 은퇴설계 방향도 더 정확해집니다.

막연한 계획보다는 구체적인 설계를 통해 행복한 노후를

준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