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근교 중형 규모의 요양병원에 가보면 모두 입을 맞춘

듯 6인실을 안내하고, 월 120만 원 전후의 비용을

이야기합니다. 훌륭한 시설과 규모로 평판이 좋은 대형

요양병원은 이보다 비싸 월 200만~400만 원 정도입니다.

1인실에 1인 간병을 원하면 월 700만 원이 넘어가기도

합니다. 상가건물에 흔히 볼 수 있는 시설이 빈약한

조그마한 요양병원은 월 60만~100만 원을 넘지 않습니다.

월 비용은 요양병원마다 다를 뿐 아니라 같은 요양병원이라

하더라도 어떠한 혜택을 받느냐에 따라 3배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3배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받는

혜택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을지는 꼼꼼히 따져 봐야 합니다.

요양병원의 비용은 크게 4가지 항목으로 구성됩니다. 진료 및

치료비, 식비, 상급병실료 그리고 간병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비용을 많이 지불하면 상대적으로 좋은

진료와 치료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는데 비용에 상관없이

대동소이합니다.

예외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월 비용을 80만 원을 내든

400만 원을 내든 받는 진료와 치료수준이 거의 같습니다.

‘포괄수가제’에 의해 진료 및 치료비가 청구되기 때문입니다.

포괄수가제란 환자가 가진 하나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의료적 처치에 대해 종류나 양에 상관없이 정해진 일정

금액만 청구할 수 있게 되어 있는 일종의 ‘진료비

정찰제’입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월 60만~70만

원이라는 액수를 정해 놓고, 그 금액 범위 안에서 환자를 진료

및 치료하라고 각 요양병원에 수가를 정했습니다.

요양병원은 얼마나 많은 의료적 처치를 했는지 원가에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월 60만~70만 원에 해당되는 의료비만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뷔페식당을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습니다.

뷔페식당 입장료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월 60만~70만

원으로 정해놓고 진료와 치료에 해당하는 식사품질과 메뉴는

공단의 권장선만 지켜주면 식당 운영자가 알아서 하는 것과

같습니다. 식당 운영자 입장에서 다양한 메뉴와 비싼 식자재를

사용하든, 가장 기본적인 메뉴만 내 놓든 공단에 청구하는

금액은 같기 때문에 무리하게 좋은 메뉴를 내 놓을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가급적이면 원가를 줄이기 위해 공단 권장선

미만의 열악한 메뉴를 내 놓고 공단에는 정해진 금액을

청구하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있습니다.

요양병원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어떤 요양병원은 최소한의 금액인 월 60만~70만원을 받기도

하고, 이보다도 10만 원 정도 덜 받는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특별히 기초수급대상자 등 정부지원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면 요양병원 비용이 너무 저렴한 곳은 주의해야

합니다. 포괄수가제 의료비, 식비 등이 정해져 있는데

원가보다 낮은 비용을 받는다면 결국 제대로 된 의료적

처치와 간병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됩니다.

요양병원이 손해 보면서 환자를 받지는 않습니다.

터무니 없이 가격이 저렴하다면, 결국 어디에선가 손실을

보존하려고 하는데 의료적 처치와 간병이 수준 이하로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비슷한 시설과 환경으로 월 비용이

100만 원을 넘지 않는다면 심한 가격 경쟁을 하는 곳보다

오히려 10만 원 이라도 더 비싼 곳을 선택하는 것이

안전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요양병원에서 월 400만 원을 내는 환자와 월

80만 원을 내는 환자의 비용차이는 주로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요? 상급병실료와 간병비가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비용이 높을수록 의료적인 처치보다는 안락하고 편한

수발을 받는 비용이 더 큽니다. 4인실 미만(1~3인실)

사용시에는 상급병실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합니다.

몇인실인가에 따라 다르지만 월 45만~300만 원 선입니다.

간병비 또한 치료비 못지 않게 비용이 많이 듭니다. 한달 간병인

급료를 약 240만원 정도로 추산해봅시다. 1대1 간병을 받으면

240만 원 전액을 부담해야 하고, 2대1 간병은 120만 원, 4대1

간병은 60만 원 정도가 듭니다. 2인실에 머물면서 2대1

간병을 받으면 월 비용이 300만~400만 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포괄수가제에 포함되지 않아 따로 비용을 내야 하는 대표적인

급여항목으로는 재활치료가 있습니다. 재활치료는 모든 환자가

꼭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재활치료가 필요한

어르신들은 안락하고 편한 수발에 드는 비용을 다소

절약하더라도 그 비용으로 재활치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300만~400만 원의 월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꼭

더 필요한 치료가 담보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